페그와 디페깅
페그(peg)는 말뚝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값을 달러 같은 바깥 기준에 말뚝처럼 박아 두도록 만든 코인입니다. 테더(USDT)와 USDC는 1개가 1달러가 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디페깅은 그 말뚝이 빠진 상태입니다. 1개가 0.99달러, 0.95달러, 0.75달러로 거래되면 디페깅입니다. 1달러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것도 말뚝에서 벗어난 것이지만, 보통 이 말을 쓰는 것은 아래로 떨어질 때입니다.
작은 흔들림은 늘 있습니다. 거래소에서 사고파는 값이라 0.999나 1.001처럼 소수점 셋째 자리에서는 매일 움직입니다. 이것까지 디페깅이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보통은 몇 %씩 벗어날 때 디페깅이라고 부르지만, 몇 %부터, 얼마나 오래부터라는 정해진 선은 없습니다.
무엇이 1달러를 붙들어 두나
스테이블코인이 1달러 근처에 머무는 까닭은 1달러로 바꿔 줄 무언가가 뒤에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뒤에 있느냐에 따라 무너지는 모양도 다릅니다.
| 방식 | 뒤에 있는 것 | 예 |
|---|---|---|
| 준비금 방식 | 발행사가 따로 들고 있는 준비금 (USDC는 현금과 미국 단기국채) | USDT, USDC |
| 알고리즘 방식 | 짝이 되는 다른 코인과 바꿔 주는 규칙 | 테라 UST (무너짐) |
준비금 방식은 준비금이 정말 있고, 바로 꺼낼 수 있는가가 관건입니다. 알고리즘 방식은 짝이 되는 코인의 값이 버텨 주는가가 관건입니다. 아래 두 사례가 바로 이 두 가지가 흔들린 경우입니다.
2022년 5월 — 테라 UST
UST는 테라폼랩스가 낸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었습니다. 미국 SEC는 2023년 2월 16일 테라폼랩스와 권도형을 제소하며, UST가 짝이 되는 코인 LUNA와 바꿀 수 있다는 구조로 1달러를 지킨다고 내세웠고 2022년 5월 UST가 달러 페그를 잃었으며 UST와 자매 코인들의 값이 0 가까이로 떨어졌다고 적었습니다.
바이낸스가 공개한 UST/USDT 일봉(세계 표준시 기준)으로 그 며칠을 옮겨 보면 이렇습니다. 테더로 매긴 값이라 달러와 아주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 날짜 (UTC) | 그날 가장 낮았던 값 | 그날 종가 |
|---|---|---|
| 2022년 5월 7일 | 0.9857 | 0.9939 |
| 5월 8일 | 0.9878 | 0.9954 |
| 5월 9일 | 0.7511 | 0.7540 |
| 5월 10일 | 0.6065 | 0.7987 |
| 5월 11일 | 0.2250 | 0.7605 |
| 5월 12일 | 0.2666 | 0.3635 |
| 5월 13일 (UST/BUSD) | 0.0372 | 0.1250 |
5월 7일에 처음 1%쯤 흔들렸고, 이틀 뒤인 5월 9일에 하루 만에 24%가 빠졌습니다. 그 뒤로 0.7~0.8에서 버티는 듯하다가 5월 12일 종가가 0.36, 13일에는 장중에 0.04 아래까지 내려갔습니다. (UST/USDT 시장은 13일 이른 시각에 일봉이 끊겨 있어 그날 값은 같은 거래소의 UST/BUSD 일봉에서 옮겼습니다.)
한 번 0.75까지 내려간 뒤 1달러로 돌아온 날이 없었습니다. 알고리즘 방식은 짝이 되는 코인의 값이 버텨야 1달러를 지킬 수 있는데, UST가 흔들리자 짝인 LUNA도 함께 무너졌습니다. 뒤를 받쳐 줄 것이 같이 사라진 것입니다.
2023년 3월 — USDC와 실리콘밸리은행
USDC는 서클(Circle)이 내는 준비금 방식 스테이블코인입니다. 2023년 3월 10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캘리포니아 금융보호혁신국에 의해 문을 닫았고, 미국 예금보험공사(FDIC)가 관리를 맡았습니다. 서클은 USDC 준비금 가운데 33억 달러, 전체의 약 8%가 그 은행에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준비금의 일부를 바로 못 꺼낼 수 있다는 소식에 USDC가 1달러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3월 12일 미국 재무부·연준·예금보험공사가 공동 발표로 SVB 예금자는 3월 13일 월요일부터 돈 전부를 쓸 수 있다고 밝혔고, 같은 날 서클도 SVB에 있던 33억 달러를 은행이 문을 여는 대로 전부 쓸 수 있다고 알렸습니다.
| 날짜 (UTC) | 그날 가장 낮았던 값 | 그날 종가 |
|---|---|---|
| 2023년 3월 11일 | 0.8820 | 0.9592 |
| 3월 12일 | 0.9323 | 0.9848 |
| 3월 13일 | 0.9835 | 0.9949 |
| 3월 17일 | 0.9970 | 0.9977 |
바이낸스 USDC/USDT 일봉입니다. 이 시장은 3월 11일 오후(UTC)에 다시 열려서 그 전 하루치는 표에 없습니다. 가장 낮은 값은 어느 거래소, 어느 시각을 보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UST와 달리 USDC는 돌아왔습니다. 3월 13일 종가가 이미 0.995였고 그 주 안에 0.998 언저리로 붙었습니다. 준비금 방식에서는 "준비금이 사라졌나, 잠시 못 꺼내는 것인가"가 갈림길이었고, 이때는 후자로 정리됐습니다.
두 사례를 나란히 놓으면
| 테라 UST (2022.5) | USDC (2023.3) | |
|---|---|---|
| 방식 | 알고리즘 | 준비금 |
| 흔들린 것 | 짝이 되는 코인(LUNA) | 준비금을 맡긴 은행 |
| 일봉 저점 (바이낸스) | 0.04 아래 | 0.88 |
| 1달러로 돌아왔나 | 돌아오지 못함 | 사흘 만에 0.99대 |
국내 테더 값이 환율과 다른 것은 디페깅이 아닙니다
국내 거래소에서 테더를 보면 1,380원, 1,420원처럼 환율과 다른 값에 거래되는 날이 많습니다. 이것을 보고 "테더가 디페깅됐다"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개는 아닙니다.
디페깅은 달러로 셌을 때 1달러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국내 테더 값이 환율보다 비싼 것은 국내에서 달러(테더)를 원화로 살 때 웃돈이 붙은 것이고, 이것이 테더 프리미엄입니다. 해외에서 테더는 그대로 1달러 근처에 있는데 국내 원화 시장에서만 비싸게 거래되는 것입니다. 김프가 생기는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재 본 값 — 국내 테더 값과 환율
김프고가 받아 둔 빗썸 테더 원화 종가를 한국은행 원/달러 매매기준율과 견줬습니다. 2023년 12월 7일부터 2026년 9월 16일까지, 환율이 고시된 678일입니다.
| 국내 테더 값 ÷ 환율 − 1 | 값 |
|---|---|
| 가운데 | +1.12% |
| 흔한 구간 (가운데 90%) | −1.45% ~ +5.87% |
| 가장 비쌌던 날 | +10.51% (2024년 3월 18일) |
| 가장 쌌던 날 | −3.05% |
| 환율보다 비쌌던 날 | 678일 중 517일 (76%) |
2024년 3월 18일 국내 테더는 1,468원, 그날 매매기준율은 1,328.4원이었습니다. 환율보다 10% 넘게 비쌌지만 해외에서 테더는 1달러였습니다. 이것을 디페깅으로 읽으면 방향까지 거꾸로 읽게 됩니다. 1달러보다 떨어진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웃돈이 붙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두 스테이블코인끼리 견주면 원화 몫이 지워집니다
같은 거래소의 USDC 원화 값을 테더 원화 값으로 나누면 원화 웃돈은 양쪽에 똑같이 붙어 있으니 지워지고, 두 코인이 서로 얼마나 벌어졌나만 남습니다. 빗썸 원화 종가로 2023년 12월 9일부터 2026년 10월 12일까지 1,039일을 셌습니다.
| USDC 원화 값 ÷ 테더 원화 값 − 1 | 값 |
|---|---|
| 가운데 (크기) | 0.07% |
| 95%가 들어오는 폭 | ±0.20% |
| 가장 크게 벌어진 날 | +0.66% (2023년 12월 9일, 첫날) |
| ±0.5% 안에 든 날 | 1,039일 중 1,038일 |
국내 테더 값은 환율과 몇 %씩 어긋나는데, 두 스테이블코인끼리는 열흘에 여드레는 0.1%도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서 보이는 큰 흔들림은 대부분 원화 쪽 사정이라는 뜻입니다. 이 기간에는 두 코인 어느 쪽에도 UST나 2023년 3월 같은 일이 없었습니다.
이 비교는 두 코인이 함께 흔들리면 잡지 못합니다. 둘 다 같은 만큼 1달러에서 벗어나면 나눈 값은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달러 기준의 디페깅을 직접 보려면 해외 거래소의 달러 시장 값을 봐야 합니다.
김프와는 어떻게 엮이나
김프고는 해외 비트코인 값을 테더로 매긴 값으로 받고 거기에 환율을 곱해 김프를 냅니다. 테더가 1달러라는 전제가 들어 있는 셈입니다. 코인베이스의 테더/달러 일봉으로 2025년 10월 12일부터 1년 366일을 세어 보니, 테더 종가가 1달러에서 벗어난 폭은 가운데가 0.04%였고 0.2%를 넘은 날은 하루뿐이었습니다. 이 정도면 김프 숫자에 거의 티가 나지 않습니다.
만약 테더가 크게 디페깅되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테더로 매긴 해외 값이 달러로 매긴 값과 벌어지니, 김프에 테더 몫이 섞여 들어갑니다. 그래서 김프고는 김프를 테더 프리미엄과 코인 자체 차이로 갈라서 보여 줍니다. 자세한 내용은 테더김프란에 적어 두었습니다.
